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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통행료 ③

하베박스 2026. 4. 1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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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통행료는 단가가 정해지면 절반만 해결된다. 나머지 절반은 '어떤 화폐로 받느냐'다. 배럴당 1달러라는 숫자는 계약서에 적힐 수 있지만, 그 1달러가 실제로 어떤 지갑에서 어떤 지갑으로 움직이느냐는 완전히 다른 질문이다. 결제 수단은 단순한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다음 패권의 무대다.

 

이란이 통행료를 받을 때 가능한 화폐는 실질적으로 네 가지다. 달러, 비트코인, 위안, 그리고 달러 스테이블코인. 네 가지 중 어떤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하나씩 따라가 본다.

 

달러는 가장 자연스러운 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불가능한 답이다. 이란은 OFAC 제재망 안에 있다. 달러를 받는 순간 그 거래는 미국 은행 시스템의 감독 아래로 들어간다. 제재국이 달러를 손에 넣는다는 건 동결과 압수의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란이 수십 년간 쌓아온 달러 우회 구조가 무너진다. 달러는 테이블 위에 올라가지도 못하는 선택지다.

 

비트코인은 가능성 자체는 열려 있다. 실제로 이란 혁명수비대는 비트코인을 일부 받아들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에는 규모의 한계가 있다. 하루에 수백만 배럴의 원유가 움직이는 시장에서 결제 단위는 하루 수억 달러에 달한다. 가격 변동성이 하루 5%를 넘나드는 자산으로는 이 규모를 감당하기 어렵다. 상징적 선언은 되지만 주된 결제 수단은 되기 어렵다.

 

위안은 이란이 가장 선호하는 선택이다. 중국은 이란 원유의 최대 구매자이고, CIPS는 SWIFT 바깥에서 작동하는 결제망이다. 쿤룬은행을 통한 우회 경로는 수년간 작동해왔다. 이란 입장에서 위안은 정치적으로도, 실무적으로도 가장 편한 답이다. 통행료 협상에서 이란이 가장 먼저 꺼내는 조건이 이것이다.

 

미국이 원하지 않는 게 바로 이 경로다. 통행료가 위안으로 굳으면 호르무즈는 단순한 이란의 수입원이 아니라 중국 결제망의 검문소가 된다. 전 세계 원유 수송선이 호르무즈를 지나기 위해 위안 지갑을 열어야 하는 구조가 자리 잡는다. 한 번 관행이 되면, 중동 원유를 사는 모든 구매국이 위안 결제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 쪽으로 밀려든다. 위안 국제화의 가장 큰 돌파구가 이란의 통행료에서 열리는 셈이다. 미국이 억제해야 할 단 하나의 경로가 여기에 있다.

 

네 번째 경로가 USDT다. 이란 중앙은행은 이미 USDT를 수억 달러 단위로 보유한 이력이 있다. 혁명수비대는 트론 체인의 USDT를 제재 우회 수단으로 써왔다. 규모도 감당할 만하고, 변동성도 거의 없고, 위안처럼 중국에 종속되지도 않는다. 이란이 스스로에게 정직하게 답한다면, 현실적 대안 중 가장 편한 것이 USDT다.

 

그런데 여기에 이 이야기의 가장 의외의 지점이 있다. USDT 같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준비금은 단기 미국 국채다. 2025년 7월에 미국 의회를 통과한 GENIUS Act는 결제 스테이블코인의 준비금을 달러 또는 단기 국채로만 채우도록 강제한다. 발행량이 늘어날수록 발행사가 사들여야 하는 미 국채의 양이 늘어난다. 스테이블코인 한 단위가 발행될 때마다 미 국채 한 단위가 사들여지는 구조다.

 

이 구조에 이란의 통행료가 흘러든다고 가정해보자. 이란이 USDT로 받은 통행료를 어디에 쓰든, 그 USDT 자체는 발행사가 보유한 미 국채로 뒷받침된다. 이란은 달러를 피하려고 USDT를 선택했는데, 그 USDT는 사실상 달러 채권의 청구권이다. 이란이 USDT를 받는 매 순간, 미 국채에 대한 수요는 한 걸음씩 올라간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란을 제재할수록 달러망을 두껍게 만든다.

 

이게 '위안만 아니면 미국에게는 다 이득인가'라는 질문의 답이다. 달러는 이란이 거부한다. 비트코인은 규모가 안 된다. USDT는 규모가 되고 이란이 수용할 수 있으며, 그 경로가 미 국채 수요로 흘러든다. 세 가지 비위안 선택지 중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 사실상 USDT 하나뿐이고, 그 하나가 미국에게 가장 유리한 경로다. 미국 입장에서 통행료의 화폐 전선은 위안을 억제하고 USDT로 수렴시키는 것이 목표가 된다.

 

물론 USDT가 완벽한 해답은 아니다. 이란에게 USDT는 언제든 동결될 수 있는 채널이다. 2025년 6월, Tether는 이란 중앙은행 관련 지갑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약 3,700만 달러를 동결했다. 한 번 동결되면 해당 지갑의 USDT는 단순한 숫자가 된다. 청산도 전송도 안 된다. Tether 블랙리스트는 SWIFT 제재의 스테이블코인 버전이다.

 

이 점에서 미국의 레버리지가 선명해진다. 전통 금융에서 달러 체제의 힘은 SWIFT와 은행 시스템을 통한 선택적 배제 권한이었다. 스테이블코인 시대에 그 권한은 발행사의 블랙리스트 기능으로 이전됐다. GENIUS Act는 이 권한을 합법화하고 강제한다. 규제받는 발행사는 OFAC 제재 명단에 있는 지갑을 동결할 법적 의무를 진다. 이란이 USDT를 받을 때마다 미국은 그 지갑에 대한 잠재적 통제권을 한 단위 더 얻는다.

 

그림을 종합하면 미국이 호르무즈에서 얻어내는 이득 목록은 이렇게 정리된다. 첫째, 중동 Q의 신뢰도 하락과 미국 Q의 장기 계약 이전. 둘째, 이전에 따른 달러 결제망 재편입. 셋째, 통행료의 위안 경로 억제. 넷째, 통행료가 USDT로 흐를 경우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미 국채 수요. 표면의 명분은 동맹국 에너지 안보이지만, 그 아래에서 이 네 가지가 동시에 작동한다. 호르무즈는 지정학 분쟁지가 아니라 미국 패권 갱신의 레버 지점이다.

 

 

출처: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물론 이란이 실제로 USDT를 선호한다는 보장은 없다. 블랙리스트 전력을 경험한 이란이 다시 USDT에 깊게 의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실적 선택은 위안과 USDT의 혼합이 될 것이고, 그 비중이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가 통화 전선의 실시간 온도계다. 미국이 싸우는 건 USDT 비중을 1%라도 더 올리고, 위안 비중을 1%라도 더 깎는 지루한 비율 싸움이다.

 

또 하나의 한계는 GENIUS Act 이후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USDC를 비롯한 규제 준수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점이다. Tether가 지금까지 누려온 회색지대의 유연성이 좁아지면, 이란 같은 제재국이 접근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 자체가 줄어든다. 이건 미국에게는 또 다른 이득이다. 자연스러운 시장 이동이 제재 인프라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통화 전선은 물량 전선과 같은 무대에서 작동한다. 물량이 미국 쪽으로 옮겨가는 만큼, 결제가 위안에서 달러와 스테이블코인으로 몰리는 만큼, 호르무즈에서는 두 개의 기둥이 한 벽돌씩 쌓여간다. 에너지의 기둥과 통화의 기둥. 세우려는 의도는 분명하지만 완성이 보장된 건 아니다. 벽돌은 중국이 저항하는 만큼 흔들리고, 회색지대가 넓어지는 만큼 틈이 생긴다. 구조의 이동은 원래 조용한 자리에서 일어나지만, 그 이동이 끝까지 완성될지는 또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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