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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통행료 ④

하베박스 2026. 4. 1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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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사태에서 가장 덜 주목받는 전선이 있다. 물리적 호위와 보험이다. 미 해군의 자발 봉쇄는 표면적으로 이란 항만 차단이지만, 그 봉쇄가 동맹국 선박에게는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봉쇄는 동시에 호위다. 같은 해역에서 어떤 배에게는 벽이고 어떤 배에게는 우산이다.

 

2026년 4월 기준, 호르무즈를 통과하려는 선박은 사실상 미 해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는 문서로 나오지 않지만, 호송 선단의 뒤에 붙거나 특정 회랑을 따라 움직이는 선박은 통과가 보장되고, 그 회랑을 벗어나는 선박은 이란의 표적이 된다. 일본 유조선, 한국 LNG선, 인도 상선이 이 회랑을 따라 움직인다. 미국 대통령이 "아름다운 일"이라고 표현한 장면의 다른 얼굴이 이것이다.

 

동맹국 입장에서 이 호위는 공짜가 아니다. 대가는 두 가지다. 하나는 명시적, 미국산 원유와 LNG의 장기 계약. 다른 하나는 암묵적, 정치적 줄서기다. 호르무즈를 통과할 수 있는 배는 미국이 인정하는 쪽의 배다. 동맹의 지위가 실질적인 물량으로 번역되는 순간이다. 중동 원유에 깊게 의존하는 국가는 지금 이 거래의 테이블에 앉아 있고, 거래의 조건은 결코 균형적이지 않다.

 

보험 시장은 이 상황에서 가장 복잡한 자리에 서 있다. 공습 직후 48시간 동안 주요 P&I 클럽들이 일제히 전쟁 위험 담보의 취소통지를 냈고, 로이즈 시장의 전쟁 위험 프리미엄은 선체 가치의 0.25% 수준에서 1~7.5%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VLCC 한 척이 호르무즈를 지나는 데 드는 추가 비용이 200만 달러에서 1,500만 달러 사이로 벌어졌다. 숫자만 보면 보험사의 호재처럼 읽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통행량이 정상 대비 95% 가까이 줄어든 상태에서 보험사가 거둘 수 있는 프리미엄의 총량도 함께 줄어든다. 단가는 올라도 거래 자체가 없다.

 

더 중요한 건 왜 배가 안 움직이느냐다. 로이즈는 공식적으로 전쟁 위험 보험이 여전히 가용하다고 성명을 냈다. 문제는 보험의 부재가 아니다. 선주와 선장들이 승무원과 선박의 안전을 스스로 판단해 배를 보내지 않는 쪽을 택하고 있다. 담보가 있어도 배가 가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로이즈와 미국 정부가 호르무즈 통행 보험의 공공-민간 협력 모델을 논의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시장 혼자 감당하지 못하는 위험을 정부가 분담하고, 그 대가로 일부 회랑을 다시 여는 구조다.

 

재보험 구조도 같은 무대 위에 있다. 전쟁 위험의 최종 인수는 글로벌 재보험사 상위 몇 곳이 나눠 가지고, 그 상위 몇 곳은 대부분 미국과 영국에 본사를 둔다. 프리미엄이 올라도 총 통행량이 줄면 단기 수익은 평이할 수 있지만, 위기의 리스크 구조가 앵글로색슨 금융 센터를 경유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호르무즈 통행 보험이 재구성될 때 그 재구성의 테이블도 런던과 뉴욕에 있다. 미국이 물리적 회랑을 쥐고, 금융 센터가 그 회랑의 리스크를 인수한다. 두 기둥이 포개져 하나의 손에 쥐어진다.

 

중동 산유국의 자리는 어떤가. 호르무즈 봉쇄는 중동 전체의 손실처럼 보이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층위가 있다. 사우디와 UAE는 동부 파이프라인과 홍해 경로를 통해 일부 물량을 우회 수출할 수 있다. 우회 물량의 단가는 호르무즈 봉쇄의 P 상승분을 그대로 반영한다. 물량이 줄어도 남은 물량의 단가가 오르면 산유국의 현금흐름은 오히려 개선될 수 있다. 사우디 비전 2030이 전제로 깔고 있는 게 바로 이 '적당한 고유가' 환경이다.

 

이란과 오만의 자리는 또 다르다. 이들에게는 통행료 자체가 현금흐름이 된다. VLCC 한 척당 200만 달러, 하루 수십 척이 움직이면 연간 수십억 달러의 수입이 통행료에서 나온다. 제재망에 막혀 수출 경로가 좁아진 이란에게 이 현금흐름은 생명줄이다. 호르무즈 위기의 중심에 서 있는 나라가 위기의 가장 직접적 수혜자이기도 하다는 건 지정학의 전형적 아이러니다.

 

그럼 손해 보는 쪽은 누구인가. 단순히 '소비자'라고 말하면 부족하다. 이 사태의 구조적 손실자는 명확히 한 나라다. 중국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고, 수입량의 절반 이상이 중동발이다. 사우디, 이란, 이라크, UAE, 오만, 쿠웨이트, 카타르를 합치면 55%가 넘는다. 호르무즈의 Q가 줄면 물량 기준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게 중국이다. 유가 상승은 중국 제조업의 에너지 원가를 즉각 끌어올린다. 에너지 집약적 수출 구조 특성상 이 충격은 마진 압축으로 직결된다. 이게 첫 번째 손실이다.

 

두 번째는 위안 국제화의 기회 상실이다. 이란이 위안 결제를 아무리 밀어붙여도 전체 Q 자체가 줄면 위안 결제 총량도 같이 줄어든다. 중국이 공들여 쌓아온 '에너지 결제의 위안화 파이프라인' 전략은 호르무즈의 병목에서 마른다. 위안이 기축 통화에 도전장을 내밀기 위해 꼭 필요했던 경로 중 하나가 이 위기에서 상당 부분 깎인다.

 

세 번째는 에너지 동맹망의 약화다. 한국과 일본, 인도가 중동 원유 대신 미국 셰일과 LNG로 갈아타면, 중국은 아시아 에너지 시장에서 점점 고립된다. 공급망이 미국 쪽으로 옮겨간 아시아 국가들과 중국이 함께 어떤 경제 블록을 이룰 수 있겠는가. 공급원 이전의 가장 큰 비용을 치르는 쪽이 결국 중국이다.

 

네 번째는 군사적 부담이다. 미국이 호르무즈에서 Q와 통화를 동시에 묶는 동안, 중국은 말라카 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자신의 병목을 걱정해야 한다. 한 번의 시범이 다음 순서의 경고가 된다. 호르무즈의 교훈은 중국에게 '당하기 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번역된다. 대비의 비용은 이미 중국 해군 증강 계획의 가속도에 반영되고 있다.

 

이 네 가지 손실을 나열하면 미국의 네 가지 이득과 거의 거울상이 된다. 미국의 Q 이전, 달러 재편입, 위안 억제, 국채 수요. 중국의 Q 의존 타격, 위안 국제화 후퇴, 에너지 동맹 약화, 병목 압박. 호르무즈 통행료는 지정학 분쟁이 아니라 미-중 에너지·통화 전선의 압축 이벤트다.

 

 

출처 : White House Flickr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물론 이 구도에도 균열이 있다. 국제해사기구와 유엔 해양법 체계는 통행료 부과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국제사회가 강하게 반발하면 보험사가 철수하고, 호르무즈 통행은 아예 막힐 수 있다. Q는 0으로 수렴하고, 통행료 모델은 무너진다. 미국의 이득 목록도 함께 사라진다. 이 시나리오의 확률이 얼마나 되느냐가 단기 불확실성의 중심이다.

 

또 하나의 균열은 이전 속도다. 아시아 정제소의 설비 전환에는 시간이 걸리고, LNG 터미널 증설에는 수년이 필요하다. 중국이 그 시간을 전력으로 활용해 러시아 ESPO 원유, 중앙아시아 파이프라인, 파키스탄·미얀마 연결망을 보강한다면, '되돌릴 수 없는 이전'은 이전이 완성되기 전에 절반만 성공할 수 있다. 이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 사이 어딘가가 향후 10년의 에너지 지도를 결정한다.

 

호르무즈는 지도에서 좁은 수로일 뿐이지만, 그 위에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 다른 두 개의 미래를 건 채 대립한다. 한쪽은 물량과 통화와 호위의 기둥을 쌓고, 다른 한쪽은 그 기둥을 무너뜨리기 위해 위안과 파이프라인과 동맹을 움직인다. 교과서의 P와 Q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결국 세기의 패권이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투자자 입장에서 봐야 할 건 배럴당 가격이 아니라 기둥들이 세워지는 속도다. 그 속도가 다음 10년의 환경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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