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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 금리

하베박스 2026. 5. 2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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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로 유가가 튀자 시장에서 인상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진행해오던 인하 사이클을 뒤집고 정말 인상으로 갈까.

 

공급이 막혀서 오르는 물가는 금리로 잡을 수 있을까? 금리는 수요를 누르는 도구지 공급을 만드는 도구가 아니다. 호르무즈가 만든 가격은 봉쇄가 풀려야 정상화된다. 물론 공급 충격이 오래 누적되어 인플레가 굳어지면 인상도 효과를 낸다. 다만 그땐 큰 침체와 실업을 대가로 치러야 한다. 지금은 봉쇄가 시작된 지 두 달 반이고 물가가 한 번 튀었을 뿐이다. 누적이라 부르기엔 너무 이르다.

 

게다가 미국은 1990년 걸프전부터 2011년 아랍의 봄까지, 짧은 공급 충격에 인상으로 돌아선 적이 한 번도 없다. 39조 달러 부채를 안고 있는 미국이 자기 부채의 실질 부담을 더 키우는 방향으로 갈 이유도 없다.

 

다만 인플레가 떠 있는데 동결만 하기에는 시장 압박이 따라온다. 그래서 미국이 찾아내는 차선책은 간접적 인하 효과로 달러를 약세로 만드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한국이나 일본이 먼저 인상하면 원화·엔이 강세, 달러가 약세로 가고, 그 자체가 미국에 비둘기 효과를 안긴다. 실제로 아시아권 통화가 금리 인상을 준비하는 시그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한국은행 부총재의 인상 고려 발언, 일본의 6월 인상 기사, 베센트 재무장관의 일본 정책 지지 표명까지. 한국 입장에선 높아진 환율을 떨어뜨리는 유일한 대안이 금리 인상이겠지만, 결국 미국이 그리는 그림을 따라가는 행위일 뿐이다. 수출에 대부분을 의존하는 한국 증시는 조정이 불가피해진다.

 

그렇다고 한·일의 인상이 미국 부채 본질을 풀어주는 건 아니다. 미국 명목금리가 그대로면 차환 비용은 그대로다. 그래서 미국은 결국 두 갈래 길 앞에 선다. 인플레 진정을 기다려 인하로 가거나, 인하 없이 관세로 외부에서 자원을 받아오거나. 트럼프 진영이 후자를 명시적으로 밀고 있어 두 길이 같이 간다.

 

어느 길이든 비용은 한국에 떨어진다. 산업군별로 충격의 결이 다르다. 해외 매출 비중이 큰 수출 민감 업종 — 반도체·자동차·화장품·배터리·조선·정유 같은 곳 — 은 원화 강세로 달러 매출 환산이 깎이고, 미국이 관세까지 올리면 인상·환율·관세의 삼중 압박을 받는다. 반대로 국내 매출 비중이 큰 둔감 업종 — 은행·통신·내수 소비재 — 은 충격이 상대적으로 옅고, 은행은 인상에 따른 예대마진 확대로 우호적일 수도 있다. 부동산과 건설은 또 별개다. 환율이나 관세보다 금리 그 자체로 직격을 받는 산업이라 인상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가장 먼저 흔들린다. 수영장 물이 빠지면, 결국 어디가 한국을 대표할 진짜였는지 드러나겠지.

 

처음으로 돌아가자. 정말 금리가 인상되면 채권과 주식이 동반 하락하는 시그널이 만들어질까? 그게 지속되어 장기 하락과 고금리 사태로 갈까? 미국이 다른 나라 경제를 망가뜨리면서, 관세는 관세대로 받고 자기 증시만 지킬 수 있을까? 질문이 꼬리를 문다. 불안한 상태인가 보다. 어찌됐든 아시아 금리 인상이 진행된다면, 미국이 인상하지 않고도 한국 채권과 주식은 함께 압박받을 수 있다. 2022년 동반 하락의 한국판이 나올 수 있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만큼 한국 증시는 올라와 있다. 이 비대칭이 지금 한국 투자자가 봐야 할 자리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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