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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재 ①

하베박스 2026. 5. 4.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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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한 동이 끌어다 쓰는 전기는 어지간한 공장 한 채와 맞먹는다. 단지 한 곳이 들어서면 도시 한 구역치 베이스로드가 새로 필요해진다. 그 단지가 다섯 곳, 열 곳 늘어나면 일본·한국·대만·유럽의 전력망은 그만큼을 추가로 받아내야 한다. 풍력은 바람이 불 때만 들어오고, 원전은 지금부터 새로 짓기엔 늦다. 가장 빠르게 채울 수 있는 베이스로드는 가스 발전이다. 그러나 이 나라들은 자체 가스가 없다.

 

미국엔 반대로 가스가 남는다. 셰일 혁명 이후 자국에서 다 못 쓴다. 그래서 팔아야 한다 — 그런데 일본·한국·대만·유럽은 모두 바다 건너다. 파이프는 바다를 못 건넌다. 답은 액화천연가스(LNG)뿐이다. 그래서 LNG 운반선이 필요하다.

 

 

 

 

 

 

 

여기서 한국이 들어온다. 세계 LNG 신조선 시장의 약 70~80%를 한국 빅3 조선사가 가져간다. 멤브레인 LNG선만 보면 점유율은 더 높다. 글로벌 LNG 운송 캐파의 다수가 한국 야드에서 결정된다는 뜻이다.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512031271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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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이 쏘아 올린 슈퍼사이클 2막…조선·방산·기계 주목 [2026 산업대전망-조선·방산·기계], 안옥희 기자, 커버스토리

magazine.hankyung.com

 

 

 

 

그러면 LNG선의 본질이 무엇인가. −162°C까지 끌어내려야 부피가 1/600로 줄어 한 척의 배에 의미 있는 양이 실린다. 그러나 외부 해수·대기는 0~30°C. 200°C 넘는 온도차를 한 달 가까운 항해 동안 견디는 게 LNG선의 본 코어다. 새지 않을 것 — 화물창 벽이 깨지지 않는 일이다. 데워지지 않을 것 — 단열하는 일이다. 전자는 멤브레인의 일이다. 후자는 단열재의 일이다. LNG선이 다른 배와 다른 진짜 코어는 단열재다. 1990년대 LNG선의 1일당 자연 기화율(BOR)은 약 0.25%였지만 최신선은 0.07%대까지 떨어졌고, 이 절감의 거의 전부가 단열 시스템 진화의 결과다. 멤브레인은 거의 그대로다. 단열재 한 층의 두께와 열전도가 곧 운항 경제성이 된다.

 

 

https://www.gtt.fr/technologies/markiii-systems

 

Mark III systems | GTT

 

www.gtt.fr

 

 

 

 

 

그러면 한국 빅3가 짓는 LNG선의 단열재는 누가 만드나. 사실상 국내 단열재 부품사가 채운다. 외산 대안이 사실상 없다. 시스템 IP는 프랑스 엔지니어링 회사가 쥐고 있는데도 그렇다. 라이선스료를 따로 내면서 단열재는 한국에서 받는다. 왜인가.

 

첫째, 프랑스 엔지니어링 회사는 직접 제조하지 않는다. 엔지니어링·라이선스 회사이고 제조 시설을 운영하지 않는 asset-light 모델이다. 처음부터 단열재 실물은 외주로 가야 하는 구조다.

 

둘째, 단열 패널은 야드 옆에 공장이 있어야 한다. LNG선 한 척에 수만 장의 패널이 들어가고, 화물창 형상에 맞춰 정밀 가공된 패널이 선체 공정 일정에 맞춰 도착해야 한다. 국내 단열재 부품사 공장은 빅3 야드 인근(거제·울산·통영) 권역에 있다. 외국에서 수입하면 운송·재고·일정 위험이 그대로 BOR 결함 위험으로 전이된다.

 

셋째, 인증 장벽이다. 프랑스 엔지니어링 회사 인증을 통과한 단열재 공급사는 세계적으로 소수다. 새로 진입하려면 인증·빅3 야드 신뢰·실적 누적까지 수년에서 십수년이 걸린다. 빅3 입장에서도 검증 안 된 공급사로 갈 이유가 없다 — 누설 한 번이면 평판 파괴다.

 

넷째, 30년의 클러스터 락인이다. 한국 빅3가 1990년대 LNG선 건조를 시작하면서 국내 부품사를 같이 키웠다. 단가·품질·일정에서 빅3와 한 몸처럼 움직인다.

 

이 네 축이 합쳐지면, 라이선스료를 내면서도 단열재는 한국에서 받는 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다만 이 그림이 한국이 단열재 기술의 정점에 있다는 뜻은 아니다. 점유의 모양과 점유의 원인은 다르고, 그 점유가 무엇에 묶여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한국 빅3가 LNG선을 짓고, 그 LNG선에 들어가는 단열재까지 한국에서 만들어진다. LNG 운송 사슬의 두 단계가 한국에 묶여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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