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 대한 김봉수 투자자님의 글들과 인사이트를 정리해주는 블로그가 있었다. 최근에 닫으신 걸 봤다. 보려던 글들이 다 없어지니 허망했다. 나를 위한 글은 내가 정리해야 한다는 걸 한 번 더 인지했다.
김봉수 투자자님의 글을 정리해두고 모아둘 생각이다. 먼저 주요한 맥락인 P와 Q 기준으로 내용부터 정리해둔다.
P (가격) × Q (수량·공급). 경제학 기본 좌표지만 사이클이 25~30년인 산업에서는 두 축이 서로 다른 시간 스케일로 움직인다. 가격은 정점을 지나가고, 수량은 5년 뒤를 가리킨다.
P축의 가장 단단한 단일 수치는 신조선가다. 인플레 조정 후 지수가 80% 더 올라야 2007년 정점인 260에 닿는다. 김봉수 투자자님은 2025년 1월에 이렇게 진단했다. 신조선가가 2007년 값과 거의 접근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이상 크게 오를 여유가 없다고 생각할 거고, 그래서 인플레를 이야기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는 것. 명목 정점에 닿았지만 실질로는 한참 멀었다는 말이다. 그가 명시한 4가지 매도 트리거 중 하나가 정확히 이 좌표를 가리킨다 — 신조선가가 인플레 가중치로 260에 접근하는 시점이다.
운임은 P축의 단기 측정자다. VLCC 스팟운임이 30만 달러에 근접하고 Economou의 일당이 26만 달러를 기록한다. 김봉수 투자자님이 지난 4월에 던진 무역풍 인용이 압권이다. "no-brainer — 탱커에 투자하는 것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고고." 무역풍은 평소 격정적이지 않은데 이렇게 뜨거울 때는 진짜 뜨거운 것이라는 그의 해석이 따라붙는다.
가격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한국 3사 합산 시총이다. 2025년 1월 기준으로 합산 68조 — 현대중공업 27조에 삼성중공업 15조, 한화오션 11조, 그리고 미포 5조와 삼호 10조를 더한 값이다. 그가 보는 적정 시총은 200조다. 전화기 회사 시총이 4,000조이고 자동차 회사 하나가 2,000조인데 한국 조선소 셋을 다 합쳐 200조는 되어야 체면이 설 거라는 논거다. 같은 시점에 외부 검증이 떨어졌다. 싱가포르 GIC가 삼성중공업 10%를 1조원에 매수해서 4개월 만에 30% 수익을 낸 것.
가격이 한 번 더 올라가는 메커니즘은 연료다. 벙커씨유가 e-메탄올이나 암모니아로 바뀌면 연료 가격이 세 배, 운임도 세 배, 선박 가격은 두 배로 뛴다. 김봉수 투자자님은 이를 전기차에서 시작한 환경친화적 연료전환의 두 번째 시도로 본다. 선박은 전기차보다 더 진짜라는 말까지 붙는다. 전기차는 전기를 만드는 단계가 친환경이 아니라서 사실상 20%만 제로탄소이지만, 선박 연료 전환은 그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산업 재정의가 P를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시총 2,000조의 테슬라와 같은 결이고, 그래서 '배슬라' 슬로건이 여기서 나온다. Tradewinds 추산으로 2050년까지 제로탄소 달성에 5,000조원이 필요하다.
P의 마지막 측정자는 시장 감정이다. 4가지 매도 트리거 중 마지막은 조선주 열풍이 과거 2차전지 수준으로 뜨거워질 때다. 김봉수 투자자님이 지난 4월에 받은 한 독자 질문 — 언제 팔아야 하느냐 — 에 대한 답이 이 좌표를 정확히 가리킨다. "물에 빠진 사람이 보따리 내놓으라는 것." 그가 격정적으로 no-brainer라고 외치는 시점에 일반 투자자는 매도 시점을 묻고 있다. 이 갭이 알파의 원천이다.
Q축의 가장 강한 단일 지표는 선박 평균연령이다. MJLF 자료에 따르면 2026년 VLCC와 수에즈막스의 절반 이상이 선령 15년을 넘겼다. 김봉수 투자자님은 2025년 8월에 백로그보다 선박 평균연령이 더 확실한 수요 척도라고 정리했다. 백로그는 갈아치워질 수 있지만 선령은 못 갈아치운다.
Q축에서 가장 자주 오해받는 게 발주다. 발주 폭발은 곧 주가가 아니다. 신조선 발주 폭발은 2020년 12월에 시작됐는데 한국 조선주 상승은 2024년 3월부터다 — 3년 4개월 시차다. 매년 폐선되는 선박이 전체의 5% 정도이기 때문에 4년간 주문을 안 하면 4년치가 밀려 20%가 누적되는 구조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내의 정량적 근거가 여기에 있다.
조선은 그의 표현으로 "도크 배급 사업"이다. 공급이 수요의 절반이면 가격 결정력이 한국과 중국 두 나라에 공유된다. 그런데 4가지 매도 트리거 중에서도 그 자신이 가장 결정적이라고 짚은 조건이 역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2025년 1월에 그가 던진 한 문장이 핵심이다. 이번 조선 빅사이클의 가장 큰 핵심은, 혹은 언제 매도할 것인가의 답은, 급증하는 이익에 도취한 중국 조선소들의 증설이 언제 맹렬하게 일어나는가다. 그런데 Ships for America Act에 미국 상무부의 중국 조선 인력 임금 강제 억제 조사와 기항 벌금 제재가 더해지면서 중국 캐파 증설이 강력하게 억제되고 있다. 그가 내린 결론은 한 문장이다. "Never could be better." 중국 조선소 캐파가 포화 상태에서 한국으로 수주가 넘어오는 현재 시기는 정확히 이 트리거의 역상이다.
Q축의 결론은 사이클이 아니라 구조다. 쇼티지(shortage)는 공급이 수요를 만성적으로 못 따라가는 상태를 말한다. 사이클이 정점에서 무너지는 흔한 그림과는 다른 결이다. 2025년 1월에 그는 조선이 2040년까지 수요/공급 비율 180% 이상의 공급 쇼티지를 필연적으로 겪는다고 진단했다. 2025년 8월에는 한 단계 더 단단하게 못을 박았다. "수퍼사이클·긴사이클·피크아웃 모두 아니다. 완전한 쇼티지." 사이클은 끝나지만 쇼티지는 끝나지 않는다.
김봉수 투자자님의 시간선은 4단계로 펼쳐진다. 첫째, 2021년부터 2025년까지의 pre-supercycle 구간으로 컨테이너와 LNG가 끌고 왔고 이미 종료됐다. 둘째, 2025년부터 시작될 미군함 사이클인데 그가 작년 5월에 스스로 수정해서 미군함의 현금화는 2035년이라 사실상 계산에서 빠졌다. 셋째, 2027년부터의 탱커와 벌커 메인디쉬. 넷째, 2030년부터의 탄소제로 완성. 클락슨 출신 Stopford는 이번 빅사이클이 2034년을 넘어 2044년까지 장기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봉수 투자자님은 며칠 전 시간선을 한 번 더 갱신했다. 2027년까지 조선주를 팔지 말라고 했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2032년까지 들고 있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모든 것이 예상대로일 뿐만 아니라 예상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보유 기간 5년 추가다.
P와 Q 두 축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동력이 메타다. 첫째는 탄소규제다. EU ETS가 올해 100% 적용에 도달했고, OSPAR는 2027년부터 open-loop 스크러버, 2029년부터 closed-loop 스크러버의 유럽 해안 사용을 금지한다. 4가지 매도 트리거 중 첫 번째가 탄소규제 포기였는데 좌표는 오히려 정반대로 강화되는 중이다. 둘째는 미·중 패권이다. 미국 군함의 평균 선령이 40년이라 1986년 건조 함정이 평균이다. 한국이 전력으로 도와주지 않는다면 미국은 10년 이내로 패권을 잃게 될 상황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한국 조선이 미국 클럽의 유일한 공급자다. 셋째는 antifragility다. 조선이 불경기에 대해 강력한 antifragility를 갖고 있다고 그는 본다. 조선은 경기 민감주가 아니라 경기 불감주다.
이 모든 좌표를 한 화면에 펼치면 김봉수 투자자님이 2025년 1월에 명시한 4가지 매도 트리거가 지금 어디 있는지 보인다. P축에서는 신조선가가 약 30% 진행도로 미달이고, 시장 열광은 약 10% 진행도로 미달이다. Q축에서는 중국 캐파가 작동은커녕 역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메타에서는 탄소규제가 포기되기는커녕 강화되고 있다. 4가지 중 어느 하나도 작동 임계 근처에 없다. 가장 결정적이라고 그 자신이 짚은 중국 캐파 트리거가 제도적으로 차단되는 중이다. P와 Q 두 축이 동시에 한국 조선에 유리하게 누적되는 중이다.
김봉수 투자자님이 지속해서 작성하는 글들에서 P와 Q를 기준으로 본다면 봐야 할 건 하나다. 첫째, 가격이 어디까지 올랐는가. 둘째, 그 가격을 떠받치는 수량과 공급이 어디로 가는가. 두 축이 같은 방향이면 인내, 두 축이 갈라지면 매도. P와 Q를 따로 그리고, 두 축이 같은 방향임을 반복해서 추적해 가는 것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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