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썼던 역사적 하락에 관한 글을 마무리해본다.
오늘 국내 증시는 큰 반등을 이뤄냈다. 종가 기준 9.6% 상승 마감. 숫자만 보면 안도감이 든다.
하지만 오늘 하루의 수급을 들여다보면, 마냥 기뻐하기 어렵다.

어제 장 마감 직전 2조 5,000억 원 규모의 선물을 적극 매수했던 외국인. 그들은 오늘도 샀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팔았다. 오늘 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은 약 2조 5,000억 원을 매도했다. 어제 사들인 금액과 거의 동일한 규모다. 하루 만에 전량 청산에 가까운 그림이다. 코스피 현물 역시 매수하지 않았다. 중동 전쟁이라는 트리거를 이용해 변동성을 만들고, 하락 과정에서 규모로 매수한 뒤, 반등을 이용해 수익을 챙기고 나간 것이다.

오늘 수급에서 그나마 긍정적으로 읽힌 부분은 코스닥이었다. 외국인은 하락하는 동안 코스닥에서 비중을 담았고, 오늘 반등에서도 매수를 이어갔다. 다만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했듯, 코스닥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거래가 활발하고 특정 종목으로의 쏠림이 심한 시장이다. 외국인의 코스닥 비중 자체가 코스피에 비해 현저히 낮고, 구조적으로 수급의 주도권이 불분명하다.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길게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간다. (내가 놀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판단)

결론적으로, 오늘 외국인은 어제의 반등을 이용해 포지션을 정리하고 나갔다. 시장을 여전히 매도 방향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오늘 반등의 주체는 누구였을까. 개인이다. 장 중 순매수 흐름을 보면, 외국인은 어제 14:30에 적극 매수에 나섰다면, 오늘은 14:00부터 적극적으로 선물을 팔기 시작했다. 정확히 하루 차이다.

증시가 고점을 찍었던 2월 26일 이후부터, 개인은 가장 많은 순매수를 이어오고 있다. 반면 국내 증시에서 실질적인 상승을 이끌어온 외국인, 투신, 연기금은 지속적으로 비중을 줄이고 있다. 개인은 지금 소위 말하는 '물타기'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상승의 주체 역할을 해온 외국인과 기관이 살 마음이 없는 상황에서. 오늘 같은 반등이 왔을 때, 이성적인 투자자라면 고점에서 지속 매수해온 포지션이 손실 중이더라도, 어제 매수한 물량만큼이라도, 일부를 덜어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추가 하락이 왔을 때 더 살 수 있는 심적 여유를 만들어두는 것. 그게 수익보다 중요한 오늘 해야하는 일 중 하나가 아니였을까.

현재 미국 증시는 횡보 중이지만, 미국 내 한국 ETF는 다르다. 고점 대비 약 20% 하락했다가 저점 대비 10% 반등했던 그 ETF가, 지금 이 시간 기준으로 다시 하락했던 자리로 되돌아가고 있다.
외국인이 시장에서 어떻게 돈을 버는지, 그리고 누구의 돈을 가져가는지,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상대방이 나는 아닌지.
누구나 투자 시장에 들어오는 이유는 같다. 돈을 벌고 싶어서다. 하지만 빨리 벌고 싶은 마음이, 정말 높은 확률로 돈을 잃게 만든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투자에서 진짜 실력은 빠르게 수익을 내는 능력이 아니다. 틀렸을 때 버티는 능력도 아니다. 지금 내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잃지 않는 것, 즉 방향이다. 시장은 언제나 방향 없이 빠른 사람에게서 돈을 걷어간다. 오늘 같은 반등장에서 환호하고, 어제 같은 급락장에서 공포에 빠지는 사이클이 반복될 때, 흔들리지 않기 위해 필요한 건 더 많은 정보가 아니다. 내가 어디를 향하는지에 대한 확신, 그리고 그 방향 위에서 시간을 견디는 것이다. 투자는 결국 숫자가 아니라 시간에 베팅하는 일이다. 충분한 시간과 기다림을 감당할 수 없다면, 그 투자는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The stock market is a device for transferring money from the impatient to the patient.
Warren Buff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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