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quire

호르무즈 해협 ③ (feat. 유가 상승)

하베박스 2026. 3. 11. 00:10
728x90

 

호르무즈가 막혔고 유가는 한 달 새 34% 올랐다. 그런데 과거 탱커 전쟁 8년 동안 유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같은 해협, 다른 결과. 무엇이 달라졌는가.

 

 

과거엔 더 심하게 싸웠는데 유가는 안 올랐다

1984~1988년 탱커 전쟁. 이란과 이라크는 4년간 411척을 공격했다. 사망자 400명 이상. 그 시기 유가는 어떻게 됐을까. 올랐다가 오히려 크게 하락했다. 1980년 배럴당 $35 이상이던 유가는 1986년 $10 아래로 떨어졌다.

2026년 호르무즈. 드론 몇 대가 유조선 여러 척을 타격했다. 유가는 한 달 만에 34% 급등했다. 물리적 충격은 1980년대가 훨씬 컸다. 그런데 유가 반응은 2026년이 압도적이다.

이 역설을 풀지 못하면 지금 유가가 실제 공급 충격을 반영하는 건지, 아니면 심리·투기·보험 메커니즘이 만들어낸 과장인지 판단할 수 없다. 그 판단이 포지션을 결정한다.

 

1980년대엔 더 많이 싸우고도 유가가 내렸다. 2026년엔 덜 싸우고 더 올랐다. 공급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바뀌었다.

 

 

세 번의 충격, 세 가지 패턴

1979 — 이란 혁명. 공급 4% 감소 → 유가 2배. 순수 공급 충격의 교과서

이란 혁명으로 이란 산유량이 하루 약 250만 배럴 급감. 글로벌 공급의 4% 차질이었지만 유가는 12개월 만에 배럴당 $13 → $35+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왜? 비축유가 없었고 대체 공급원도 없었다. 순수 공급 충격이 가격으로 직결된 사례. 이후 1980~82년 전 세계 동시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1984~1988 — 탱커 전쟁. 411척 공격, 호르무즈 긴장 → 유가 오히려 하락. 공급은 유지됐다

8년간 치열한 교전에도 불구하고 실제 차단된 물동량은 걸프 해운의 2% 미만이었다. 이란은 보험료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원유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택했다. 1986년 사우디의 시장점유율 탈환 전략(증산)과 맞물려 유가는 오히려 $10 이하로 붕괴. 전쟁이 길수록 유가가 내린 역설적 사례. 

1990 — 걸프전 (이라크 쿠웨이트 침공). 단기 급등 후 빠른 안정. 대체 공급이 충격을 흡수했다

이라크·쿠웨이트 산유량 급감으로 배럴당 $20 → $46 일시 급등. 하지만 사우디가 즉각 증산으로 대응했고, 전쟁이 빠르게 종결되면서 6개월 내 정상화됐다. 대체 공급 여력(spare capacity)이 있으면 충격이 흡수된다는 원리를 확인.

2007~2008 — 유가 정점 $147. 지정학 아닌 수요 폭발 + 투기 수요. 공급 차질 없이 $147 도달

중국·인도 수요 급증 + 달러 약세 + 헤지펀드 원유 선물 포지션 확대의 삼중 구조. 실제 공급 차질은 없었다. 투기·수요 주도 유가 상승의 최고 사례. Fed 연구는 GDP 하락의 절반 이상을 유가 충격으로 귀속. 

2026 — 호르무즈 봉쇄. 한 달 +34%. 공급·보험·매크로 세 요인이 동시에 작동 중

실제 물리적 차단: 통과 선박 95%+ 감소. 보험 취소로 자발적 운항 중단. 여기에 트럼프 관세 불안 + 달러 약세 + 매크로 불안까지 겹쳤다. 1979·1990·2008의 특징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34% 급등의 세 층위

이번 유가 급등은 단일 원인이 아니다. 세 층위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각각의 기여도와 지속성이 다르다.

 

 

 

왜 과거보다 빠른가

1979년엔 공급 차질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수개월이 걸렸다. 2026년엔 보험 취소가 72시간 만에 발효됐고, 선물 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정보와 금융 인프라의 속도가 가격 반응 속도를 10배 이상 높였다. 실제 배럴 한 방울이 움직이기 전에 선물 가격이 먼저 충격을 흡수한다.

1980년대엔 없던 것이 있다. 원유 선물 시장(NYMEX WTI 상장 1983년)과 글로벌 재보험 연동 구조다. 이 두 인프라가 공급 충격을 증폭시키는 도구가 됐다.

 

그래서 이 급등은 진짜인가

유가 급등을 해석할 때 세 가지를 물어야 한다. 실제 공급이 줄었나 / 대체 공급이 가능한가 / 심리·투기가 얼마나 섞였나. 세 답을 모두 봐야 "이 가격이 지속 가능한가"를 판단할 수 있다.

 

 

 

이 유가 급등의 상당 부분은 실제 공급 차질에 근거한 진짜 충격이다. 나머지는 보험 메커니즘과 시장 심리가 증폭시킨 부분이다. 과장된 진짜다. 공급 차질은 실재하지만, 가격 반응은 실제 차질보다 크다. 봉쇄가 해소되면 급락이 온다. 단, 봉쇄가 수 주~1개월 이상 지속되면 다르다. 아시아(중국·인도·한국·일본)는 호르무즈 경유 중동산 의존도가 60~75%에 달한다. 이들의 대체 조달에는 실제로 수개월이 걸린다. 1990년 걸프전은 사우디 즉각 증산으로 6개월 내 정상화됐다. 그 증산 여력이 지금도 있는지가 관건이다.

 

왜 이번이 다른가: 기존과 다른 결정적 차이 4가지

1980년대엔 이란이 봉쇄를 원하지 않았고, 보험이 유지됐으며, 선물 시장이 미발달했다. 2026년엔 세 조건이 모두 역전됐다. 같은 해협, 다른 구조. 이것이 같은 물리적 충격에 다른 유가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 habewachs 2026. All Rights Reserved.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