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6일 발트해 해저에서 노스스트림 4개 파이프 중 3개가 폭파됐다. 러시아에서 독일로 가던 가스가 한순간에 끊겼다. 유럽 가스 가격이 단기에 폭등했다.
왜 한 번의 폭파로 유럽 전체가 흔들렸을까. 이유는 가스가 어떻게 운송되는가에 있다.
석유는 유조선에 실어 보낸다. 통에 담아 옮기면 끝이다. 석탄은 벌크선에 부어 보낸다. 고체니까 단순하다. 그런데 가스는 다르다.
천연가스는 메탄(CH4)이다. 메탄은 상온에서 기체다. 부피가 너무 커서 그대로는 못 보낸다. 두 가지 해법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첫째, 배관(PNG)으로 보낸다. 기체를 압축해 배관에 흘려보낸다. 인접 대륙·국가만 가능하다. 노스스트림이 이 방식이었다. 러시아 → 독일.
배관은 한 번 깔면 출발지와 도착지가 정해진다. 한쪽이 잠그면 다른 쪽은 답이 없다. 양쪽이 서로 묶인다. 파이프라인 한 줄에 양국이 매여 있는 구조. 노스스트림이 끊겼을 때 독일이 카타르·미국 LNG로 갈아타느라 가격이 폭등한 게 그래서다.
시베리아의 힘 2도 비슷한 구조다. 러시아가 유럽 잃고 중국으로 우회하려는 $400B짜리 파이프라인. 2025년 9월 SCO 회의에서 러시아·몽골·중국이 합의에 서명했지만 가격·물량은 모호하다. 양국 정치 의지에 매여 있다.
둘째, 액화(LNG)해서 선박으로 보낸다. 메탄을 영하 162℃까지 냉각하면 액체가 된다. 부피가 1/600로 줄어든다. 그 상태로 전용 LNG선에 실어 바다를 건넌다. 받는 쪽에서 다시 기체로 돌려(재기화) 도시가스망이나 발전소로 보낸다.
LNG는 그래서 3단계 인프라가 필요하다. 액화 터미널 → 전용선 → 재기화 터미널.
액화 터미널은 수출국에 짓는 거대 냉각 설비다. 5 mtpa(연간 500만 톤)급 한 라인에 자본비 $5~10B, 건설 5~10년이 든다. 미국 Sabine Pass, 카타르 Ras Laffan, 호주 Gorgon이 대표적이다. 미국 알래스카 Nikiski에 20 mtpa급 신규 터미널이 추진 중이다.
전용선은 액체 상태를 유지하면서 바다를 건너는 LNG 운반선이다. 척당 약 $200~250M. 한국 조선소가 주요 건조국이다.
재기화 터미널은 수입국에 짓는다. 자본비 $0.5~1B 정도로 액화보다 작고, 부유식(FSRU)으로 더 빠르게 짓기도 한다.
LNG의 매력은 여기서 나온다. 선박은 어디든 갈 수 있다. 출발지가 잠겨도 다른 출발지를 찾을 수 있고, 도착지가 거부해도 다른 도착지로 보낼 수 있다. 카타르에서 일본으로 가던 LNG선이 유럽으로 방향을 트는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
그런데 그 자유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게 호르무즈에서 드러났다. 2026년 2월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95% 줄었다. 카타르와 UAE의 LNG는 호르무즈를 지나야 글로벌 시장으로 나간다. 글로벌 LNG의 약 1/5이 한 통로에 묶였다. 선박은 어디든 갈 수 있지만 바다 위 길이 막히면 선박도 못 간다.
같은 메탄을 누구는 배관으로 보내고 누구는 영하 162℃로 냉각시켜 보낸다. 운송 방식이 결과를 바꾼다. 노스스트림은 한 번의 폭파로 끊겼고 호르무즈는 한 번의 공습으로 통로가 막혔다. 어느 것이든 리스크가 존재한다. 가스는 먼저 길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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