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quire

전력의 말단

하베박스 2026. 4. 2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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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HD현대중공업이 미국 데이터센터에 선박 엔진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기사를 봤다. 6,271억 원, 684메가와트. 회사 발전용 엔진 수주 중 역대 최대 규모였다. 조선을 들고 있는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호재다.

https://zdnet.co.kr/view/?no=20260422131506

 

HD현대重, 美 데이터센터 시장 첫 진출…발전설비 공급

HD현대중공업이 미국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에 맞춰 현지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HD현대중공업은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기업 아페리온 에너지 그룹(AEG)과 20MW급 힘센엔진 기반 발전설비 공급

zdnet.co.kr

 

그런데 그 호재 뒤에 "왜?"라는 의문이 따라붙었다. 배에 달려야 할 엔진이 데이터센터 지붕 밑으로 들어간다는 게 묘하게 걸렸다.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리해보고 싶었다.

AI가 만드는 병목이 계속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시장은 그 이동에 착실히 반응해왔다.

첫 번째 층은 칩이었다. 2023년 하반기 엔비디아 H100을 주문하면 36주에서 52주, 길면 1년을 기다려야 했다. 대기줄 뒤에는 메타와 구글과 아마존이 서 있었다. 이 쇼티지 한 장면이 M7의 폭발적 상승과 나스닥의 재랠리를 만들었고, 2024년으로 넘어오면서 대기 기간이 2~3개월로 줄며 이 층의 열기가 식기 시작했다.


https://www.tomshardware.com/tech-industry/nvidia-ai-and-hpc-gpu-sales-reportedly-approached-half-a-million-units-in-q3-thanks-to-meta-facebook

 

Nvidia sold half a million H100 AI GPUs in Q3 thanks to Meta, Facebook — lead times stretch up to 52 weeks: Report

Join the queue for Nvidia's top AI/HPC GPU.

www.tomshardware.com

 

http://www.tomshardware.com

 

Tom's Hardware: For The Hardcore PC Enthusiast

Matt Safford Managing Editor 18 years covering CPUs, GPUs, motherboards, and storage. 14 trips to Scotland.

www.tomshardware.com

 

 

칩이 풀리자 다음 병목이 드러났다. 메모리였다. HBM3E와 HBM4 경쟁이 반도체 사이클의 중심을 메모리로 옮겼고, SK하이닉스는 2024년 HBM 물량을 연초에 이미 완판했다. 상반기 엔비디아로 추정되는 단일 고객 매출이 10조 원을 넘었다. 흐름은 재고 정상화 국면에서 공급 부족 국면으로 뒤집혔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5081814480003918

 

'효자' HBM 효과…"SK하이닉스, 상반기 엔비디아에만 11조 팔았다"-경제ㅣ한국일보

SK하이닉스가 HBM 고대역폭메모리로 2024년 상반기 엔비디아에서 11조 매출을 달성했다. AI 가속기 시장의 90%를 차지한 엔비디아에 HBM3E 등 최신 제품을 독점 공급하며, AI 메모리 수요와 함께 성장

www.hankookilbo.com

 

SK하이닉스가 HBM 고대역폭메모리로 2024년 상반기 엔비디아에서 11조 매출을 달성했다. AI 가속기 시장의 90%를 차지한 엔비디아에 HBM3E 등 최신 제품을 독점 공급하며, AI 메모리 수요와 함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

 

2025년 중반에 들어서자 논의가 달라졌다. 칩이 있어도 그걸 꽂을 곳의 전기가 없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형 파워 트랜스포머 납기가 평균 128주, 2년 반을 넘었고 일부는 3~5년까지 밀렸다. 스위치기어·케이블·냉각 설비가 동시에 부족해졌다. 효성중공업·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이 한 분기 만에 재평가를 받았고, 미국에서는 GE 베노바와 이튼이 비슷한 궤도를 그렸다.


https://www.powermag.com/transformers-in-2026-shortage-scramble-or-self-inflicted-crisis/

 

Transformers in 2026: Shortage, Scramble, or Self-Inflicted Crisis?

Analysts still see multi-year deficits in U.S. transformer supply, even as equipment manufacturers invest billions in new factories and advanced manufacturing processes. But some brokers suggest there is no real shortage and that, if there is a crisis, it

www.powermag.com

 


그리고 2025년 말부터 지금까지, 병목은 한 층 더 내려갔다. 전기를 옮기고 보관하는 문제가 아니라 전기를 만들 원천이 부족한 단계다. 다만 위층이 닫힌 것은 아니다. 칩과 메모리와 송전은 여전히 병목의 일부다. 시장의 관심이 아래로 이동했을 뿐이다. 발전 레이어로 들어온 초기 전제는 단순했다. 전기는 어떻게든 만들어질 것이라고, 송전만 풀리면 뒷일은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원전이 답처럼 언급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쓰리마일아일랜드 원전과 20년 835메가와트 전력구매계약을 맺고, 아마존이 탤런에너지의 서스쿼해나 원전에서 1,920메가와트를 사가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https://www.utilitydive.com/news/constellation-three-mile-island-nuclear-power-plant-microsoft-data-center-ppa/727652/

 

Constellation plans 2028 restart of Three Mile Island unit 1, spurred by Microsoft PPA

The tech giant will purchase energy from the 835-MW plant over 20 years to match power consumed by its data centers in the PJM Interconnection.

www.utilitydive.com

 


https://www.utilitydive.com/news/talen-amazon-aws-susquehanna-nuclear-data-centert/750440/

 

Talen to sell Amazon 1.9 GW from Susquehanna nuclear plant

The “front of the meter” arrangement doesn’t require 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 approval, according to Talen Energy.

www.utilitydive.com

 

그런데 원전은 시간이 걸린다. 재가동도 2027년, SMR은 2028년 이후다. 담론은 다시 화석 연료, 특히 가스터빈으로 돌아왔고, 이 맥락에서 "에너지 패권" 이야기가 다시 뉴스에 올랐다. 그런데 가스터빈도 OEM 견적 기준 납기가 5년에서 7년이다. GE 베노바의 수주잔고만 80기가와트를 넘어 2029년까지 쌓였다. 전력의 답이라 믿었던 카드들이 하나씩 벽을 보였다.

https://www.utilitydive.com/news/5-year-waits-and-rising-costs-how-demand-is-redefining-the-gas-turbine-mar/813385/

 

5-year waits and rising costs: How demand is redefining the gas turbine market

Lengthy lead times are likely to continue for now, and reliability in that environment depends on early, informed decisions, writes Electric Power Research Institute Senior Program Manager Bobby Noble.

www.utilitydive.com

 

그 벽을 마주하자 요즘 이상한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한다. 하나가 오늘의 선박 엔진이고, 다른 하나는 태양광이다.

핀란드 바르질라가 오하이오에 412메가와트 가스엔진 40대를 납품하며 자사 34SG 엔진의 첫 데이터센터 투입을 기록했고, 오늘 HD현대중공업 힘센엔진이 그 대열에 합류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미국 2025년 신규 발전 설비의 72퍼센트가 태양광이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유틸리티급 태양광 설비용량은 이미 164기가와트로 원전(104기가와트)을 넘어섰고, 2026년 말에는 재생에너지 전체(태양광·풍력·저장장치) 설비용량이 천연가스까지 추월할 전망이다.


https://www.wartsila.com/usa/media/news/16-04-2026-wartsila-s-34sg-engine-makes-its-data-center-debut-with-new-412-mw-u-s-project-3740972

 

Wärtsilä’s 34SG engine makes its data center debut with new 412 MW U.S. project

Wärtsilä Corporation, Press release 16 April 2026 at 16:00 UTC+2 Technology group Wärtsilä has received an order to supply 412 MW of engine power to support a major new hyperscale data center project in Ohio, United States. The project includes 40 Wär

www.wartsila.com

 

 

https://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8761

 

태양광이 주도한 미국의 에너지 혁명… 신규 설비 72% 휩쓸며 ‘독주’ - AI타임스

미국의 2025년 신규 발전설비 증설에서 재생에너지가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에너지 전문 일렉트렉은 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

www.aitimes.com

 

https://www.eia.gov/todayinenergy/detail.php?id=67205

 

New U.S. electric generating capacity expected to reach a record high in 2026 -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EIA)

In-brief analysis February 20, 2026 U.S. power plant developers and operators plan to add 86 gigawatts (GW) of new utility-scale electric generating capacity to the U.S. power grid in 2026 in our latest Preliminary Monthly Electric Generator Inventory repo

www.eia.gov

 

태양광이 이상한 이유는 효율이 낮기 때문이다. 밤에 돌지 않고, 설비 이용률이 20퍼센트대에 머문다. 그런 에너지원을 신규 설비의 72퍼센트만큼 들이붓는다는 건, 효율을 신경 쓰지 않고 원전이 지어질 때까지, 가스터빈이 돌 때까지 버틸 재간이 필요해졌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읽으면, 지금 전력 수요가 얼마나 큰지를 가장 비효율적인 에너지원의 폭주로 역산할 수 있다.

태양광이 신규 설비의 72퍼센트를 차지한다는 건, 비효율을 돌려서라도 생산량을 채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금 벌어지는 일의 본질을 한 줄로 압축하면 시간이다. 원전은 10년 단위로 세운다. 가스터빈과 선박 엔진은 5년 단위다. 태양광과 저장장치는 1년 단위다. 디젤 발전기는 즉시다. 시간 프레임에서 자유롭기 위해 활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전력에 투자한다. 병목은 시간이 가장 긴 쪽에서 먼저 시작됐지만, 지금은 가장 짧은 쪽까지 스펙트럼 전체가 동시에 동원되고 있다. 병목이 생기는 모든 키워드에 전기가 들어간다.

여기서 단순한 의문이 하나 든다. 그럼 AI를 조금 천천히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럴 수 없다. 미국이 선두를 놓치는 순간, 모두가 같이 느려지는 게 아니라 선두 자체를 빼앗긴다. AI 경쟁은 이미 국가 단위 경쟁으로 번졌고, 속도를 늦추는 선택지는 테이블 위에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효율은 포기의 대상이 됐고, 시간이 유일한 변수가 됐다.

평시 경제는 가장 효율적인 것이 이긴다. 전시 경제는 지금 작동하는 것이 이긴다.

평시 경제라면 디젤 발전기는 응급 백업이고 선박 엔진은 애초에 육상 전력원이 아니다. 효율 낮은 태양광을 신규 설비 대부분에 몰아넣지도 않는다. 이 플레이어들은 장기적으로 퇴출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이 국면에서만 이 플레이어들이 돈을 번다. 2차대전 미국이 성능 좋은 배를 기다리지 않고 리버티선을 하루에 한 척씩 찍어냈던 논리와 다르지 않다. 시간이 돈보다 귀해진 상태다.

내 조선 보유에 이 뉴스가 호재로 떨어진 이유도 여기서 풀린다. HD현대중공업의 힘센엔진은 평시 기준으로 보면 발전 시장의 2등급 선수다. 단가도 효율도 가스터빈에 못 미친다. 그런데 지금은 납기 3년이라는 점 하나가 모든 비교를 뒤집는다. 시간 프리미엄이 효율 프리미엄을 눌렀다. 같은 논리로 커민스·캐터필러의 디젤, 바르질라의 가스엔진, 재가동되는 노후 원전, 그리고 신규 설비를 채우는 태양광까지 — 평시라면 주연이 아니었을 플레이어들이 이 국면에서만 돈을 번다.

그래서 이 글이 보여주고 싶은 건 두 가지다.

하나는 좌표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AI 병목이 발전 레이어로 내려온 단계고, 시장은 효율 대신 시간으로 가격을 매긴다. 내가 들고 있는 종목이 칩 레이어에 붙어 있다면 이미 한 차례 재평가가 끝난 자리다. 송전 레이어라면 중간쯤 와 있다. 발전 레이어라면 이제 막 시동이 걸린 구간이고, 가스터빈 물량이 본격 인도되기 시작할 2029~2030년 즈음까지가 시간 프리미엄이 가장 두텁게 붙는 구간이다. 어느 레이어에 붙어 있느냐에 따라 왜 올랐는지, 언제까지 갈 수 있는지가 대략 잡힌다.

다른 하나는 경고다.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한다"는 감각은 역사적으로 사이클의 한가운데보다 후반부에 더 자주 나왔다. 닷컴 말기 해저 케이블을 무한정 깔던 광경, 2008 직전 세일즈맨에게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내주던 광경, 2014 원자재 피크에 아무 광구나 파던 광경 — 시장이 효율을 포기할 때 대체로 그 이후가 밝지 않았다.

다만 이번 AI 사이클은 평시 사이클과 차이가 있다. 국가 간 경쟁과 정책 드라이브가 자본 지출을 떠받치고 있다. 냉전 초기 우주 경쟁처럼 효율 무시 경제가 5년, 10년 단위로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지금의 감각만으로 이 국면이 내일 끝난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피크인지 한가운데인지는 내일 밝혀지지 않지만, 지금 서 있어야 할 자리는 오늘 정해야 한다.

그래서 남는 질문은 하나다. 지금 당장 전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빨리 찾아서 거기에 서 있자.

병목이 다음에 어느 층으로 옮겨갈지는 아직 모른다. 냉각이 될지, 인력이 될지, 부지가 될지. 그건 나중 일이다.
지금 이 시점에 손에 쥘 수 있는 카드는 길지 않다. 설치 90일짜리 연료전지. 트레일러에 얹어 한 달 안에 전기를 뽑는 항공 파생 가스터빈과 개조 제트엔진. 6개월에서 1년 안에 붙는 태양광과 저장장치. 2~3년짜리 선박 엔진과 가스엔진. 재가동되는 노후 원전. 수명이 연기되는 피커 발전소. 이 짧은 줄 위에서 내가 어느 칸에 서 있는지가, 다음 몇 년의 윤곽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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