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름이 'Eternal Legacy Journal'이다. 최근 같은 이름의 데스크탑 앱을 직접 만들었다. 글로 정리해 온 투자 관점이 매일 보는 화면 안에서도 같은 형태로 남기를 바랐다.
처음부터 자작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한동안은 시중 도구들을 옮겨 다녔다. 매크로 지표는 finviz에서, 차트는 tradingview에서, 미국 종목과 호가는 webull 등 다양한 도구에서 제공하는 몇몇 기능을 써왔다. 도구마다 잘하는 영역은 분명했지만, 여러 화면을 띄워두고 머릿속에서 매번 다시 합쳐야 했다. 가장 중요한 '내 체계 안에서 본다'는 감각이 그 합산 과정에서 매번 미끄러졌다.
핵심은 통합이 아니라 커스텀이었다. 여러 화면을 한 화면에 모으는 일이 아니다. 그 도구들이 각자 강요하던 분류·우선순위·표시 방식을 전부 내 기준으로 다시 정의해 한 곳에 둔다는 의미다. 자산군의 정의도, 헤지 자산의 위치도, 드로우다운을 어떤 순서로 보여줄지도, 시황 카드의 한 줄 해석조차도 모두 내가 결정한 형태로 자리잡는다.

직접 만든다는 선택은 몇 년 전이라면 무리였다. 데이터 수집부터 저장, 게이트웨이, 화면까지 한 사람이 다루는 일은 전업 개발자의 영역에 가깝다. 새 라이브러리를 익히는 데 며칠, 처음 보는 데이터 구조를 이해하고 디버깅하는 데 또 며칠. 막히면 누군가에게 묻거나 검색에 매달려야 했다. 비전공자가 풀스택을 혼자 끌고 가는 일은 시간보다 진입 장벽 자체에서 좌절했다.
전체 코드를 함께 읽으며 한 단계씩 다듬어가는 코딩 환경이 그 진입 장벽을 실제로 낮췄다. 모델이 코드의 맥락을 통째로 들고 작업한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이 함수는 어디서 호출되지', '이 데이터를 이 형태로 바꾸려면 어디부터 손대야 하지' 같은 질문에 즉시 답이 나온다. 처음 보는 라이브러리도 시도하면서 배우고, 구조적 결정 앞에서는 토론할 상대가 된다. 일주일 매달려야 했던 일이 한나절에 끝나는 경험이 반복되면, 자기 도메인의 도구를 직접 만든다는 선택지가 비로소 손에 잡히는 거리로 들어온다.

그렇게 만든 앱은 자랑할 만큼 정돈돼 있지 않다. 자산군 분류와 비중, 드로우다운 추적, 매크로 카드, 주간 시황 요약, 리밸런싱 가이드를 한 화면에 모았지만, 새 기능을 붙일 때마다 어딘가가 깨진다. 버그도 많고 손볼 곳은 더 많다. 그게 자작 도구의 비용이다.
그래도 그 비용을 치르고 남는 것이 있다. 어떤 시판 도구도 줄 수 없는 것, '내 기준에 정확히 일치하는 화면' 한 장이 손 안에 있다는 점이다. 도구를 만드는 모든 결정이 결국 '나는 무엇을 보고 어떤 기준으로 움직이는가'를 다시 묻는 질문이 된다.
흥미로웠던 건 기능보다 그 과정이었다. 화면 한 칸을 어떻게 그릴지 정하려면, 그 칸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행동을 유도해야 하는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글은 모호함을 감출 수 있지만 화면은 그러지 못한다. 칸에 무엇을 넣을지, 어떤 색이어야 하는지, 어디에 둘지를 모두 정해야 한다. 모호한 원칙은 곧바로 빈칸이나 어색한 배치로 드러난다. 도구를 짜는 일이 곧 투자 원칙을 명문화하는 과정이었다.

블로그가 사고를 글로 옮기는 자리라면, 이 앱은 사고를 화면으로 옮기는 자리다. 두 자리는 같은 출처에서 나오므로 같은 이름을 쓰게 됐다.

기대하는 것은 이 앱이 가져올 변화 자체다. 여러 화면을 옮겨 다니며 매번 다시 합치던 판단이 한 곳에서 정돈되고, 시황을 모으던 시간이 줄어들고, 매주 반복하던 결정이 한 단계 단순해지는 것. 더 깊게는, 도구가 내 루틴을 다듬고 그 루틴이 다시 도구를 손보게 만드는 상호 작용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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